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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그 당시에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사건이나 감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

 

당신이 결심하거나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아픈 기억을 잊기로 한 것 같아요.

 

정확히 언제 어느 시점에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어요.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으니까요.

 

나 혼자 추론을 했다면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겠지요.

내 생각을 한 번 말해 볼게요.

 

과거의 감정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은

현재의 감정 역시

표현하기 어려워요.

 

과거에 내려진 결정은

지금 여기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

갑자기 누가 말을 걸면

목이 잠겨 쉰 소리가 나오잖아요. 

 

감정 표현 역시 마찬가지예요.

내 감정 내가 모르고 지내다가

누가 갑자기 “지금 기분 어때요?”

라고 물으면 말 문이 턱 막혀요.

 

실제 느껴지는 감정도 모르고

어색하게 웃으며 “네,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민망한 상황이

지나가기를 바라죠.

 

감정 표현 안 하고

혼자 삭이고 넘어가면

다른 사람은 절대 몰라요.

 

다른 사람에게 당신 감정

시시때때로 꾸준히 

표현하라는 말은 못 하겠어요.

나도 쉽지 않아요.

 

그 대신 다른 부탁드리고 싶어요.

과거에 숨겨둔 기억 꺼내보세요.

일기처럼 한 장 한 장 펼쳐보세요.

 

쇠로 된 서랍 구석에 깊이 숨기고 

쇠사슬로 챙챙 감아 자물쇠로

철컥 잠근 그 서랍

다시 열기 번거롭겠죠.

 

다시 열기 힘들겠지만

일단 열어보시면 알아요.

그만한 보람은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려면 

자기감정을 먼저 알아야 해요.

 

마음속 일기장을 펼쳐서

그 당시 감정부터 표현해 볼게요.

아무 데나 펼쳐보세요.

 

0년, 0월, 0일.

아빠가 술에 취해 잠들었다. 

얼굴에 멍이 든 엄마는 뒤돌아 운다.

방은 어둡고, 조용하다.

 

당신의 감정이 기억나세요?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천천히 읽어주세요.

 

나는 그날 외롭고 무서웠다.

아빠가 싫었다. 그리고, 불쌍했다. 

엄마가 불쌍했다. 그리고, 미웠다. 

 

그래요, 잘하셨어요.

무덤덤하게라도 감정을

표현해줘서 고마워요.

 

내 감정을 절제 못해 미안해요.

내가 대신 울어버렸네요.

내가 부족해서 그래요. 

이해해주세요.  

 

마음속 일기장은

생각보다 두꺼울 거예요.

한 장 한 장 펼쳐가며

감정을 표현해보세요.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천천히 안전하게

반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와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나도 내 일기장을 펼쳤어요.

한동안 서랍에 넣어둔 일기장이

오늘은 새삼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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