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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이름은 유진이다. 관우나 장비를 예상했다면 미안하다. 흔한 이름이다. 

 

성별은 여자다. 내 얼굴을 먼저 떠올리지 않기를 바란다. 동생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닮지 않았다. 

 

동생에게 느끼는 감정은 연민이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동생에 관한 기억은 파편처럼 내 몸 여기저기에 박혔다. 파편을 제거하고 싶지 않았다. 움직일 때마다 아프지만,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동생의 아들이 아팠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응급실에 두 번 다녀왔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생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개인 기도 시간에 속상해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냈다. 

 

매제가 말하기를, 동생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여기야, 여기!” 

 

동생을 불렀다. 

 

내가 일곱 살이던 어느 여름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산에 올랐다. 계곡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가만히 쉬었다. 그러다, 폴짝폴짝 뛰어가는 개구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심결에 개구리를 따라갔다. 내가 일어나자, 동생이 일어나 나를 따랐다.   

 

“이쪽으로 오라니까.” 

 

“오빠, 나 무서워.” 동생이 머뭇거렸다. 

 

“뭐가 무서워? 이쪽으로 와.” 

 

특이한 지형이었다. 매끄럽고 평평한 바위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가파른 절벽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폭포라고 불렀지만, 내가 보기에는 폭포라기보다는 경사가 가파른 미끄럼틀로 보였다. 

 

개구리는 폴짝폴짝 가파른 곳으로 도망쳤다. 

 

나는 개구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손바닥을 움푹하게 만들어서, 개구리를 덮으려고 했다. 

 

개구리의 반사 신경이 나보다 반 박자 앞섰다. 나는 맨땅을 짚으면서, 개구리의 꽁무니를 뒤쫓았다. 

 

개구리를 따라, 평평한 바위와 가파른 부분이 만나는 경계선에 도달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내 왼편으로는 폭포가, 오른 편으로는 평평한 바위가 펼쳐졌다. 잘못해서 발이라도 헛디디면, 나는 폭포 아래로 떨어질 지경이었다. 

 

개구리는 사정없이 도망가는데, 동생의 걸음은 느렸다. 동생이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데, 속도가 느려터졌다. 그러다, 개구리를 놓칠 것 같았다. 

 

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빨리 좀 와!” 

 

“오빠, 나 무서워.”  

 

나는 화가 났다. 

 

“빨리 오라고! 개구리가 도망가잖아” 

 

동생은 울먹울먹 거리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때였다. 

 

동생이 철퍼덕 넘어졌다. 

 

아주 잠시 동안, 온 세상이 멈춘 듯했다. 

 

물기 가득한 바위 표면은 이끼 때문에 미끄러웠다. 동생이 넘어지자, 얕은 물살에 몸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 

 

동생이 떨어지기 전에,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분명히 말했다. 

 

“오빠, 살려줘.” 

 

나는 동생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내 몸은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동생이 떨어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으악!” 

“큰일 났어!” 

“애가 떨어져!” 

 

그제야,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맨발로 가파른 폭포를 따라 동생을 살리려고 냅다 뛰었다. 

 

동생은 사정없이 미끄러져 내려갔고, 머지않아 커다란 바위에 몸을 부딪힐 예정이었다. 

 

아버지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요! 그 아래 누구 없어요? 아이 좀 받아주세요!” 

 

그 짧은 순간, 등산로를 따라 걸어올라 오던, 젊은 남자 한 명이 다급하게 동생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등산로를 벗어나, 가파른 바위를 뛰어 올라왔다.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동생을 받아냈다. 

 

커다란 바위에 몸을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동생의 몸 여기저기가 찢어져 피가 솟구쳤다. 동생은 하얗게 질려, 울지도 못했다. 

 

정신없이 폭포를 달려 내려오던 아버지 역시 피투성이가 되었다. 아버지가 맨발로 딛는 바위 곳곳마다, 붉은 자국이 새겨졌다.   

 

아버지가 동생을 안아들었을 때,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는 딸을 받아든 청년에게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청년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듯이, 조용히 사람들 틈 속으로 사라졌다. 

 

아버지는 동생을 품에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도 아버지 곁에서 동생을 쓰다듬으며, 함께 울었다. 

 

나는 동생을 살려낸 자리에 없었다. 

 

동생이 넘어졌던,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온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폭포 끝자락에 선다. 

 

꿈의 편집자는 잔인하게도, 손을 내밀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동생의 얼굴을 무한 반복한다. 

 

수 천 번 반복되는 기회 속에서,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지 못했다. 

 

동생을 버려둔 채 잠에서 깼다. 

 

동생이 꿈에 나오면, 온몸이 식은땀에 젖는다. 

 

변명할 말이 없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나는 나를 본다. 

 

구해주지 못한 죄책감은 구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전환된다. 

 

어둠 속에서 글을 쓸 때, 나는 폭포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손을 내미는 한 사람과 마주한다.  

 

나는 당신을 본다. 

 

으드득 으드득 뼈가 부러질 듯, 내 어깨가 느리게 움직인다. 당신이 떠내려가기 전에, 손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나는 주님을 본다. 

 

주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얼어붙은 몸이 봄처럼 녹아내린다. 물살을 가로질러, 당신에게로 달려간다. 당신의 손을 꼭 붙잡고, 나는 말한다. 

 

‘이 손 놓지 않을 거야. 절대로,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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