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미는 9급 공무원이다. 지역의 독거노인을 살피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은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해서,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날이었다.  

 

“빠진 거 없이 꼼꼼히 잘 챙긴 거지?” 상미가 물었다.  

 

“그럼요. 누구랑 가는데요.” 후배 도경이 운전석 문을 열었다.

 

상미가 멋쩍게 웃었다. 

 

“어디부터 갈까요?” 도경이 물었다. 

 

“1번 집부터 가자. 내가 정리한 목록이, 가장 빠른 동선이야. 부지런히 다니면, 오후 4시까지는 전부 돌아볼 수 있을 거야.”

 

“대단하시네요.” 도경은 곁눈질로 목록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대단할 거 없어. 계속하다 보면, 요령이 생겨.”

 

“그래서, 과장님이 저를 선배님한테 보냈나 봐요. 잘 보고 배우라고….”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서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1번 집을 향했다. 

 

좁은 1차선 도로를 달릴 때였다. 도경이 갑자기 대화를 끊더니, 상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배! 제가 깜빡하고 상비약을 안 챙겼어요.”

 

도경은 상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물품을 빠뜨린 이유를 설명했다. 순간 상미의 등골이 오싹했다. 맞은편에서, 덤프트럭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상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도경에게 소리쳤다. 

 

“위험해!” 

 

도경은 상미의 목소리에 놀라, 다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두 사람이 타고 있던 차는, 도로를 벗어나 하천으로 밀려내려가기 시작했다. 도경이 사정없이 브레이크를 밟아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자동차가 하천에 수직으로 박혀버렸다. 순식 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삐하는 소리가 상미의 머리를 울렸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듯했다. 도경의 얼굴이 김에 서린 유리창처럼 희미했다. 도경이 상미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이 또렷히 보였다. 

 

“선배! 어떻게 해요! 머리에서 피나요.” 

 

도경은 손바닥으로, 상미의 상처를 눌렀다. 

 

“어떡해…. 선배… 조금만 기다리세요….”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 남은 한 손이 벌벌 떨렸다. 도경은 119를 누르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 났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괜찮은 거야?” 

 

과장이 상미가 입원한 병실을 찾았다. 상미는 괜찮다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바쁘실 텐데….” 상미가 말했다. 

 

“이 사람이, 바쁘긴 뭐가 바빠. 사람이 다쳤는데…. 의사는 뭐래?”

 

“가벼운 찰과상이래요. 머리 쪽도 큰 이상이 없다 하고요.” 

 

“얼마나 다행이야. 마음 편히 며칠 푹 쉬어. 몸도 아픈데, 무리해서 출근하지 말고. 일이야 다른 사람들이 하면 되는 거고.” 

 

“죄송해요, 과장님.” 

 

“죄송은 무슨 죄송이야. 몸 안 다쳤으면 다행이지.” 

 

과장은 시계를 들여다보고, 도청 사람과 미팅이 있다며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미가 일어나 배웅하려고 하자, 과장은 손을 휘저으며 일어나지 말라고 했다. 상미는 굳이 일어나, 과장을 배웅했다.  

 

상미가 일주일을 쉬고 업무에 복귀하자, 밀린 일이 쏟아져 내렸다. 화장실에 다녀올 여유조차 없었다. 점심을 거르고, 업무에 매달렸다. 관자놀이가 아팠다. 서랍에서 두통약을 꺼내 얼른 집어삼켰다. 

 

일을 집으로 가져와, 주말 이틀 밤을 지새웠다. 업무 일지에 적어내려간 목록을 전부 지우고 나서야, 침대에 쓰러지듯 넘어져 잠에 들었다.  

 

창가에서 쏟아진 햇빛이 그녀의 눈을 찔렀다. 몸을 돌려 반대편 벽에 붙은 시계를 살폈다. 초점이 흐려서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시계 앞에 섰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계가 오전 10시 1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날 저녁, 알람을 맞추는 것을 깜빡 잊었다. 비행기 모드를 해지하자, 부재중 전화가 7통이나 와 있었다. 한 손으로 양치를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택시를 불렀다. 그녀가 시청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2분이었다. 

 

중앙 로비 계단을 뛰어올라, 4층 복도 끝에 있는 사무실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급하게 문을 여는 바람에, 쿵 소리가 났다. 고요했던 사무실에서 쿵 소리가 나자, 자기 업무에 몰두했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쳐다봤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심장이 알루미늄캔처럼 와그작 소리를 내며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몸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자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상미 씨!”  

 

 

“교통사고 후유증일 수도 있고, 수면 부족으로 일어난 일시적인 쇼크일 수도 있어요. 공황장애 약을 처방해드릴 테니까, 복용해보시고 일주일 뒤에 다시 와 보세요.” 

 

의사의 진료가 끝나자, 상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방전을 받았지만, 약국에 들르지 않았다. 길가에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탔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초점 잃은 시선으로 택시 밖을 바라봤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평범해 보였다.  

 

 

“차라리 며칠 더 쉬면 어때? 갑자기 휴직계를 낸다니, 걱정돼서 그래.” 

 

과장은 상미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쉬고 싶어요.” 

 

상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일 때문에 그래?” 과장이 물었다. 

 

“아니요.” 

 

과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담배를 깊이 한 모금 빨아들이고 나서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과장은 아무 말 없이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간 담배 연기가 사무실 천장에 닿자, 과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상미는 조용히 돌아서서, 회의실 밖을 빠져나왔다. 사무실에 들어가, 짐을 챙겨 나올 작정이었다. 사무실 앞에 서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조여왔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문 손잡이에서 뿌리치듯 손을 떼고, 반대편 창가에 몸을 기댔다. 숨을 쉬려고 온몸을 비틀었다. 

 

결국,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말 저녁,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짐을 챙겨 나올 수가 있었다. 살구색 종이 상자에 짐을 챙겨 넣던 상미는 잠시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고요했다. 

 

그녀는 터벅터벅 긴 복도를 걸어서, 사무실을 떠났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 

 

상미와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 민주의 목소리였다. 

 

“그냥 쉬고 있어.” 상미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쉬는 사람 목소리가 어떻게 그래?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응, 자다가 일어났어.” 

 

“지금 오후 3시야. 지금까지 잔 거야?” 

 

“아침이 돼서야 잠들었어. 어두우면 잠이 안 와.” 

 

“너무 걱정된다, 상미야. 이번 주말에 얼굴 한 번 보자.” 

 

“그래, 그러자.” 

 

상미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식탁 위에,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가 놓여 있었다. 무심결에 집어 들었지만, 약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식탁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약 대신, 차가운 물을 머그컵에 담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가 시리고, 머리가 띵했다. 컵을 든 채로, 식탁에 앉았다. 잠을 깨려고 애썼지만, 상미는 아직도 잠든 채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 멍한 채로 앉아 저녁을 맞이했다. 

 

 

북적거리를 카페 한구석에, 민주와 상미가 마주 앉았다. 민주가 머그컵을 손에 든 채로, 상미에게 말했다. 

 

“요즘 공황장애로 약 먹는 사람이 많데. 내 옆에 주임님이 그러더라. 별일 아닌 듯이 말하던데?” 

 

“아직 약은 안 먹었어.” 상미가 말했다. 

 

“왜?” 

 

“모르겠어.” 

 

“그거 그냥, 두통약 먹듯이 먹는 거야. 정신과에서 처방까지 받았다며?” 

 

상미는 민주의 말에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우리 다른 이야기하면 어때?” 상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또 이러시네. 참 한결같으셔.” 

 

 

중고등학교 단짝 친구였던, 두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기 다른 길을 갔다. 민주는 곧바로 회계사무실 경리로 취직을 했고, 상미는 법조인이 되겠다며, 법학과에 진학했다. 

 

서로의 연락이 뜸해질 무렵, 상미가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미야. 너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했지? 그거 어떻게… 준비하는 건지… 알려줄래?” 

 

“상미야, 너 울어?” 

 

“아니야…. 민주야. 나… 안 울어….” 

 

상미가 대학 1학년, 트럭을 끌고 다니며 야채를 팔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척추를 크게 다쳐 걸을 수조차 없었다. 세 차례의 수술 비용은 고스란히 빚이 되었다. 변변한 보험 하나 없는 상황이었다. 

 

상미의 어머니는 남편을 대신해, 골목시장에서 야채를 팔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과 책값, 생활비를 벌었던, 상미는 당장에 부모님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공부만 신경 쓰라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일 년을 버텼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대학 졸업까지 2년, 졸업 후 로스쿨 2년,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등록금, 그리고 변호사 시험까지, 갈 길이 멀었다. 

 

상미는 학업을 포기했다.      

 

공무원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5개월뿐이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시험을 준비했다. 민주에게 공부 자료를 넘겨받아 학원 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상미는 바로 그 해에, 민주는 그다음 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민주는 상미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단짝 친구였지만, 상미의 집에 가 본 적이 없었다. 상미는 자신의 부모님에 관해서도, 일절 말한 적이 없었다. 상미 역시 민주의 집에 가 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에 관해서도 물은 적이 없었다.   

 

민주는 그런 상미를 이해했다. ‘부모님에 관해서는 묻지 않는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의 규칙이었다. 민주는 언제나 규칙을 지켰고, 우정 역시 이어갈 수 있었다. 

 

 

민주는 상미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상미 너,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야. 결국, 이겨낼 거야. 너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게 있어.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한편으로 나는 상미 네가 부러워.” 

 

상미는 진지한 민주의 태도에, 잠시 멈칫했다. 

 

“아니야. 지금 내 모습 봐. 초라하잖아.” 

 

“상미야….” 

 

“사실, 나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친 거야. 사무실 한가운데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다음부터, 사람들을 볼 자신이 없었어. 사실, 나 오래전부터 공황장애를 앓았어. 그동안 숨기고 산 거야.”

 

“그랬구나. 나는 이번이 처음인 줄 알았어.”

 

“아니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숨기고 살았는데, 다 들켜버렸지. 사람들의 눈빛이 싫어.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

 

 

‘실수하고 싶지 않았어. 서류 하나를 몇 번이고 들여다봤지. 틀린 글씨, 틀린 숫자를 발견하면 가슴을 쓸어내렸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먼저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이야. 

 

과장은 도경을 나에게 보냈어. 잘 가르쳐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지. 도경은 엉성한 사람이었어. 내색은 안 했지만, 귀찮았어. 그날부터, 나는 도경의 업무까지 살펴야 했어. 

 

도경이 서류를 가져오면, 나는 몇 번이고 고쳐줬어. 화를 내지는 않았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 잦은 실수를 하고서도, 서글서글 웃는 도경이 얄미우면서도 부러웠어.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으니까. 

 

결국, 사고가 났어. 나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지.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어. “내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나는 상급자라는 이유로, 도경 대신 경위서를 썼어. 실수에 대한 책임은 내 인사고과에 반영됐지. 도경에게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어. 

 

그거 알아? 내 실수가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 내 인생은 언제나 그렇게 흘러가. 내가 잘못한 게 없어도, 책임은 언제나 내 몫이었어. 내 부모님도, 내 인생도, 나 혼자 감당해야 해. 그래서, 무너졌나 봐. 처음부터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소용 없었나 봐. 사람들이 전부 봐버렸잖아. 이제 돌아갈 수 없어. 들키고 말았거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나를 불쌍하게 쳐다봤어. 그 눈빛을 지울 수가 없어. 밤에 불을 끄면, 사람들이 몰려와. 우르르 몰려와서, 밤새도록 나를 쳐다봐.’  

 

 

“상미야, 무슨 생각 해?” 

 

“어? 아니야.” 

 

“내가 너 세 번이나 부른 거 기억나?” 

 

“아…아니…. 내가 잠깐 딴 생각 했나 봐. 우리 이제 일어나자. 갑자기 피곤하네.”

 

민주는 당황했다. 

 

“괜찮겠어? 집에 데려다줄까?” 

 

“아니야.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민주는 택시를 불러, 상미를 태웠다. 민주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함께 택시에 올라타 상미를 집에 바래다주려고 했다. 그러자, 상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민주야, 괜찮아. 나 혼자 갈게.” 

 

민주는 잠시 잊었던 무언의 규칙이 기억났다. 상미는 자신이 사는 곳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민주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상미를 토닥이고 택시의 문을 닫았다. 민주는 그 자리에서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머물렀다. 

 

 

상미가 초등학교 5학년, 봄날의 소풍이었다. 

 

“자, 옆 친구와 손잡고, 선생님을 천천히 따라와.” 머리를 길게 뒤로 묶은,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상미는 옆에 있던, 소정이와 손을 잡았다. 

 

“왜 맨날 수봉산이야. 나는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소정이가 말했다. 

 

상미는 수줍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놀이공원 가 본 적 있어?” 소정이가 다시 물었다. 

 

상미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우물쭈물 거리다,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응, 지난주에 자연농원 갔었어.” 

 

소정이가 화들짝 놀랐다.

 

“부럽다….”  

 

상미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웠다. 애써 참으며, 태연한 척했다. 상미는 놀이공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거기 동물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고 그렇다며?”

 

“응, 웬만한 건 다 있더라.” 

 

“그러니까, 뭐 뭐 있냐고? 그거 뭐더라, TV에 나오던데, 아 맞다. 너 독수리 요새 타봤어?” 

 

“응, 당연하지. 생각보다 별로더라.” 

 

“와, 대단하다. 또 다른 건?” 

 

“소정아, 그만 물어봐. 너도 직접 가보면 되잖아.” 상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소정이는 거의 울 것 같았다. 상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한 것을 들키는 것보다, 차라리 나았다. 

 

상미는 수봉산으로 소풍을 가는 것이 싫었다. 산을 오르는 길에, 허름한 상미의 집이 있었다. 허름한 산동네, 그중에서도 가장 허름한 자신의 집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짓눌리는 것처럼 답답했다. 반 친구들이 혹시라도 알게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선생님의 인솔이 끝나도, 상미는 곧바로 집에 오지 않았다. 일부러 자신의 집을 지나쳐 학교까지 갔다.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해가 뉘엿뉘엿 질 때를 기다렸다.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면, 그제야 상미는 집에 갈 수 있었다. 1학년, 2학년, 3학년, 4학년…. 상미는 들키지 않았다. 

 

“와,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람이 사냐?”

 

감정이 상한 채로, 말없이 걷던 소정이가 허름한 산동네 오밀조밀 모인 집들을 바라보고, 무심결에 한 말이었다. 

 

상미의 가슴이 터질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소정의 말에 대꾸하지 않으려고, 못 들은 척했다. 

 

“신기하지 않아?” 소정은 한 번 더 물었다. 

 

상미는 “그러게….”라고 짧게 대답했다. 

 

“나는 저런 집에서 하루도 못 살아. 귀신 나올 것 같아.” 

 

상미는 한 걸음이라도 빨리 마을을 벗어나기를 바랐다. 빠른 걸음으로 친구들 사이를 앞질러 걸었다. 상미의 집이 등 뒤로 멀어져 안심할 때쯤, 뒤쪽에서 친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다!” 

 

허름한 판잣집에서 누런색 진돗개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강아지는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며, 상미를 향해 달려왔다. 상미가 키우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너도나도 내민 친구들의 손바닥을 무시하고, 상미에게 깡충깡충 매달려 그녀의 손등을 핥았다. 

 

소정이가 신기한 듯, 상미와 강아지를 번갈아 쳐다봤다. 상미는 그 눈빛이 싫었다. 

 

“와, 되게 귀엽다. 상미야, 너 강아지 안 좋아해?” 

 

상미는 강아지를 발로 차버리며, 말했다. 

 

“응, 안 좋아해. 더러워.” 

 

상미의 발길질에도, 강아지의 꼬리는 쉼 없이 흔들렸다. 

 

“그러지 마, 강아지 불쌍하잖아.” 

 

“자꾸 귀찮게 하잖아.” 

 

상미는 돌멩이를 집어 들어, 강아지에게 힘껏 던졌다. 강아지는 놀이라고 생각하고, 상미가 던진 돌멩이를 따라가 냄새를 맡았다. 상미는 허리를 숙여, 돌멩이를 한 손에 가득 담았다. 강아지를 향해, 던지고, 또 던지고, 또 던졌다. 

 

돌멩이 하나가, 강아지의 발등 위로 떨어졌다. 강아지는 깨갱 소리를 내며, 한 발을 구부렸다.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커다란 돌멩이가, 강아지의 옆구리에 박혔다. 강아지는 힘없이 푹 쓰려졌다. 짓궂은 남자애 하나가 상미를 따라 한 것이다. 다른 남자아이는 금세 긴 막대를 집어 들고, 강아지의 등짝을 내리쳤다. 

 

“꺼지라고!” 

 

남자아이들이 킥킥거리며, 막대기로 강아지를 때려댔다. 강아지는 더 이상 꼬리를 흔들지 않았다. 귀를 납작 접고, 몸을 숙인 채로 학생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봄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상미는 눈을 껌뻑거리며, 눈물을 쏟아냈다. 돌멩이가 가슴에 박힌 듯, 상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해가 질 무렵, 상미는 운동장 귀퉁이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상미는 불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텅 빈 운동장 뿐이었다. 상미는 수봉산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터벅터벅 내딛는 발걸음이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웠다. 산동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멀리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 목줄의 방울 소리였다. 딸랑딸랑 소리가 가까워지는 소리에, 상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상미의 품을 파고들었다. 상미가 강아지를 끌어안자, 강아지가 볼을 핥아댔다. 상미는 강아지의 발등을 살피고, 어루만졌다. 눈물이 났다. 상미는 눈물을 참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상미는 엉엉 소리를 내며 마음껏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