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그를 믿었거든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착각이었죠. 결혼 생활이 파탄 나고 있어요.”

        결혼 3년 차, 아이는 없었다. 부부 침실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연애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남편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본 기억이 없다. 그녀에게 성관계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서 배란일에 맞춰 의무적으로 한 번씩 관계를 맺었다. 서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되기 위해 치르는 행사가 되어버렸다. 남편은 아내를 안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내는 계속 거절했다. 남편의 집착은 심해졌다.

        그럴수록 아내는 남편을 밀어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남편이 잠들면 옆에 누웠다. 그가 안으려고 하면 피곤하다며 돌아누웠다.

        결혼하고 세 달이 넘도록 성관계를 하지 못한 남편이 화를 냈다. 아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 그가 집요하게 이유를 물었다.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는 말로 아내를 안심을 시키며 끊임없이 캐물었다. 아내는 남편의 추궁을 견디다 못해  숨겨둔 비밀을 말했다. 남편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 꽁꽁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대학에 입학하여 남자친구를 만났다. 기독교 가정에서 보수적으로 자란 그녀는 혼전순결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결혼 전에는 성관계를 맺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혼자만의 결심으로 순결을 지켜낼 수 없었다. 그녀와 남자친구는 선을 넘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결국 그와 헤어지게 되었다. 죄책감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가져왔고, 그녀가 남자친구를 밀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남자친구와 헤어진 다음에 발생했다. 그가 스토커처럼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가 혼자 자취하는 집으로 계속 찾아왔다.

        어느 날, 그가 술에 취해 현관문 앞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가 집에 보내려고 일으켜 세우는 순간, 그의 애원이 시작되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을 테니까 잠깐만 대화를 하자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집으로 들였다. 집에 들어선 남자친구는 이성을 잃었다. 강제로 그녀와 성관계를 맺었다. 그녀는 울면서 경찰서로 향했다. 그는 처벌받았다.

        그녀는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어 다닐 수 없어 휴학을 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다. 모든 상처를 먼 곳에 가서 털어내고 싶었다.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서른두 살에 남편을 만났다. 그는 그녀보다 두 살 어렸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듬직했다. 1년 남짓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연애 시절, 남편이 그녀를 안고 싶어 할 때마다 그녀는 마음 속 거부감을 숨기고 말했다.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다고.

        그 말을 하며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워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비밀을 들은 남편은 충격에 빠졌다.

        “수치스러워. 당신이 얼마나 처신을 잘못했으면 그런 일을 당했겠어! 당신에 대한 모든 신뢰가 무너졌어.”

        예상과 다른 남편의 반응에 아내 역시 충격에 빠졌다. 아프고 힘든 상처를 솔직히 털어놓고 나서, 그녀는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꼈다. 죄책감이 잠시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그녀에게 내뱉은 말이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날 밤, 남편에 대한 모든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

        남편은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그때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왜 그 남자를 집으로 들어오게 했는지, 그에게 은근히 안기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왜 미리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그녀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남편은 구간반복 기능이 켜진 녹음기처럼 반복했다.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불면증도 찾아왔다. 일주일에 이틀은 수면제를 복용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도 편하게 잠들 수 없었다. 진실을 말해버린 이후, 마치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고통이 시작되었다.

        남편에게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남편은 집안일에 사사건건 참견했다. 살림을 제대로 못한다고 구박을 하고, 돈을 허튼 데 쓴다며 견딜 수 없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되었다. 가장 힘든 것은 그녀의 부모에 대한 비난이었다. 친정 부모님에 대한 거침없는 욕설은 기본이었다.

        그녀는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그가 이해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고, 과거는 바꿀 없으므로. 남편에게 그 기억을 지우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

        “남편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차라리 남편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 혼자 살았어야 했나 봐요. 괜히 결혼해서 한 남자의 인생까지 망쳐버린 기분이에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남편을 놔줘야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생각할 게 많네요. 사람이 미쳐버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

 

        남편에게 신뢰를 얻으려 노력할수록 그녀는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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