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베드로 

 

“호수 건너편으로 가자.” 

 

예수님이 말씀하셨을 때, 우리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무료함을 느꼈지요. 예수님은 피곤하셨는지, 배 밑으로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셨습니다. 나와 다른 제자들도 여기저기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졸았지요. 

 

평온함도 잠시, 안드레가 나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습니다. 

 

“형, 큰일 났어!”

 

잠에선 깬 나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시커먼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내리고,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파도는 배를 집어삼킬 듯이 미쳐 날뛰었습니다. 배에 물이 가득 차서, 침몰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우리는 곧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나는 다급하게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배밑으로 내려가, 예수님께 소리를 지르듯 말했습니다. 

 

“주여! 우리가 죽습니다!” 

 

뒤돌아 누워 계시던 예수님이 몸을 돌려 일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없이 계단을 오르시고, 배 위에 섰습니다.  비바람이 예수님의 따귀를 때리듯, 거칠게 달려들었습니다. 

 

예수님은 미쳐 날뛰는 시커먼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잠잠하라.” 

 

예수님의 목소리는 짧고 묵직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자, 바다가 잠잠해졌습니다. 시커먼 먹구름이 물러가고, 비바람이 그쳤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은 햇살이 물결 위에서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예수님이 침묵을 깨고, 물으셨습니다.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두려웠습니다. 

 

만약 내가 바다에 대해 몰랐다면, 덮어놓고 대충 생각했겠지요. ‘설마 우리가 죽겠어? 이러다 말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순진할 수 없었습니다. 어부였으니까요. 

 

나는 갈릴리 바다를 내 손바닥처럼 잘 알았습니다. 바람의 강도와 파도의 높이를 파악한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우리 모두 끝장이다.’  

 

내 두려움은 현실적이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바다에 대해 몰랐기를 바랄 정도였습니다. 

 

변명처럼 들렸을지도 모르지만, 내 솔직한 심정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내 눈앞에서 끔찍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졌습니다. 현실을 아는 만큼, 나는 두려웠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예수님께서 “너희 믿음이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셨을 때, 우리의 믿음 없음을 탓하신 게 아닙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부족한 믿음을 소중하게 여겨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이,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비난하실리 없지요. 

 

예수님의 말씀을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왜 너희 믿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 

 

예수님은 우리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신 겁니다. 두렵고 다급한 상황에서, 믿음을 사용하기 원하셨습니다. 부족한 믿음이라도, 사용하라는 것이지요. 

 

위기의 상황에서, 두려움에 끌려다니지 말고, 현실에 매몰되지 말고, 작고 초라한 믿음이라도 발휘하라는 예수님의 부탁이셨습니다.  

 

우리가 배에 오르기 전, 예수님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바위 위에 뿌려진 씨앗은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곧 말라죽게 된다.” 작은 믿음이라도, 예수님께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말씀이었지요.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이 험하고 무섭지요. 현실의 두려움을 무시하기에는, 당신은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아픔을 겪었겠지요. 아는 만큼, 무서울 겁니다. 

 

당신의 그 두려운 마음, 예수님이 아십니다. 보잘것없는 믿음으로, 다급하게 예수님을 부르는 것이 당신과 나의 형편입니다. “내 인생 끝장났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겠지요.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믿음 없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위기의 순간에, 당신의 그 작은 믿음을 사용하세요. 작고 초라한 믿음이라도 괜찮아요. 힘껏 발휘하세요. 

 

당신이 다급한 목소리로 “주님!”이라고 부를 때, 예수님은 일어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잠잠하라.” 

 

당신이 예수님을 부를 때, 두려움은 놀라움으로 바뀝니다. 

 

당신을 잡아먹을 듯 미쳐 날뛰는 지독한 현실은 잠잠해질 것입니다. 당신을 집어삼킬 듯,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지독한 기억도 잠잠해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차분한 목소리로, 오늘 하루도 당신이 침착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잠시 흔들릴 뿐, 절대로 끝장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