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월급을 안 준다고?” 밥을 먹다 말고, 친구가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개척교회라서 월급을 줄 수가 없어. 미리 알고 간 거야. 내가 선택한 거고.” 

 

나는 오해하지 말라는 뜻에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손을 저으며 말했다.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너는 그렇게 말해도, 교회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불러다 놓고, 어떻게 땡전 한 푼을 안 주냐?”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서, “우리 다른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다. 

 

친구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월급도 없이 일을 한다는 말에, 답답하고 속이 상했는지, 한국교회가 이래서 안 되는 거라고 언성을 높였다.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차분하게 듣고 웃어넘겼다.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넌지시 내게 물었다. 

 

“너무 힘들지 않아? 너한테 이런 말 하기 정말 미안한데, 딱 한 번만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해 보면 안 될까?” 

 

친구가 내던진 질문은 우리가 오랜 시간 지켜왔던 룰을 깨는 것이었다. 그런 룰이 있었기에, 자라온 환경이 너무나 달랐던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내게 부탁을 하는 친구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냐’라는 말투였다.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안돼.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만약에 그러면, 네 얼굴 두 번 다시 안 본다.”

 

친구는 뭘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냐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 쳤다. 

 

“하여간, 그 고집 알아줘야 돼. 그러니까, 매번 개고생하잖아. 왜 맨날 그런 식이야? 사람이 적당히 도움도 받을 줄 알아야지. 그 성격 좀 고쳐라.” 

 

이번에는 내가 친구의 어깨를 툭 쳤다. 

 

“너나 잘하지?” 

 

 

신학교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들어가는데 검은색 세단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뒷좌석 창문이 스르르 열리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이 말을 걸었다. 

 

친구의 아버지였다. 

 

“잘 지냈니? 여기 타라. 일부러 너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 

 

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리고, 친구 아버지의 옆자리에 탔다. 친구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다. 그 녀석이 아는 척하지 말고, 기도만 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이렇게 왔다.” 

 

친구의 아버지는 내게 과분한 제안을 해주셨다. 

 

신학교, 신대원을 다니는 동안, 우리 교회 와서 사역을 해라. 공부를 마칠 때까지, 사택과 사례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겠다. 

 

단, 지금 사역하는 교회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 걱정이 된다면, 내가 직접 가서 담임목사님께 공손히 부탁을 드리겠다. 그쪽 담임 목사님도 너를 아끼니, 신대원을 졸업하는 즉시, 조건 없이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해주겠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친구 아버지는 그런 내 마음까지 헤아렸는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친구라서 이러는 게 아니야.  너를 보면, 내 젊을 때 생각이 나.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구나.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답변을 해주면 좋겠다. 알겠지?” 

 

나는 시간을 두고 답변할 수 없었다. 거절할 것을 스스로 뻔히 알고 있었다.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 없는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말했다. 

 

“마음만 받아도 될까요? 제가 이렇게 젊은데, 벌써부터 사람 의지해서 남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버릇없는 말이었다. 

 

차 안에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친구의 아버지는 알겠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내 손등에 얹어진, 친구 아버지의 기도하는 손이 한없이 따뜻했다. 이내 친구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고, 울음 섞인 기도가 되었다. 나 역시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나도 따라 울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지 그 이유를 찾을 길이 없었다. 

 

검은색 세단이 학교를 떠나고, 나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이라서, 마음 편히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두통이 올 때까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민해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제안을 거절한 이후에, 나는 온갖 고생을 했다. 

 

미련하게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바보처럼 혼자 버텼다. 믿음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처에서 시작된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장난 기능 때문에, 나와 내 가족은 온갖 고생을 함께 했다. 아내와 자녀를 벼랑 끝에 여러 번 세웠다. 피눈물을 흘려도,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 나 자신 때문에, 나는 정말로 괴롭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기억의 저편에서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의 스크린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나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력하다.” 

 

 

“야, 너 서울에서 전학 왔다며?” 

 

“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명식이 형은 마을의 전설이었다. 서울에서 이사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명식이 형의 클럽에 가입을 했다. 

 

명식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명식이 형이 데리고 다니는 또래 역시 전부 초등학생이었다.

 

그렇다면, 명식이 형은 중학생이었을까? 고등학생이었을까? 아니다. 

 

어른이었다. 

 

흐릿한 기억을 추적해보건데, 적어도 이십 대 중후반이었을 것이다. 다 큰 어른이 동네 꼬마들 사이에서 골목대장을 하고 있으니, 중고등학교 형들도, 클럽에 소속된 아이들을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우리 동네 규칙을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동네 중학생이, 명식이 형이 돌봐주는 애 하나를 잘못 건드렸다 봉변을 당했다. 

 

명식이 형은 중학생에게 맞았다는 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른 동네까지 직접 찾아갔다. 클럽 아이를 때리고 도망간, 중학생을 기어코 찾아내서 사정없이 패줬다. 부모가 달려 나와 욕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뜯어말려도 소용 없었다. 

 

말리는 부모를 밀쳐내고, 그 집 아들을 두들겨 팰 정도니 명식이 형이 나타났다고 하면, 동네 어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명식이 형은 동네 꼬마들을 모아놓고 틈만 나면,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남자는 강해야 돼, 알아? 약하잖아? 그거 등신이야, 등신. 남자가 힘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한심한 듯이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쥐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준다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자, 먼저 손바닥을 쭉 펴봐. 그리고, 손가락 네 개를 반으로 접어. 그다음, 손바닥 안의 살을 움켜쥔다고 생각하고, 주먹을 꽉 쥐는 거야. 그럼,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딸려오거든. 주먹 안에 살이 조금 잡혀야 힘이 꽉 들어가는 거야. 그다음에는 이걸로, 그냥.”

 

명식이 형은 이론만으로는 안되겠다는 듯이 아이들을 비슷한 체형으로 둘씩 짝을 지었다.  

 

“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오늘부터 서바이벌이야. 이긴 놈만 살아남는다. 지는 놈은 이제부터 우리 클럽 아니야. 바로 탈락이다.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죽도록 싸워. 알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서성거리니까, 명식이 형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치겠네. 야, 공과 사를 구분 못해? 지금은 친구가 아니라, 적이라고. 미친 듯이 싸워라. 싸우는 척만 하면, 나한테 죽는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략 둘로 나뉘었다. 

 

“너 죽었어”,라고 기세등등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아이들. 그리고, 잔뜩 주눅이 들어 겁을 먹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아이들.

 

승부는 금세 갈렸다. 

 

명식이 형은 패배자들을 한 줄로 세웠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 이놈들은 패배자야. 우리 동네에 같이 살아도, 더 이상 우리 클럽은 아닌 거지. 야, 한 줄로 나와서 이 새끼들 신발에 침 뱉어.” 

 

나는 한 살 많은 형의 신발에 침을 뱉어야 했다. 뱉고 싶지 않았다. 그 형은 이미 울고 있었다. 그렇게, 비참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엉거주춤 망설였다. 

 

명식이 형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뭔가 번쩍했고, 나는 잠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코밑으로 진한 쑥 냄새가 났다. 쑥을 빻아 둥그렇게 말아서 콧구멍에 쑤셔 박은 것이다. 그러면, 피가 멈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어린 마음에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다. 명식이 형은 그것마저 못마땅했는지, 내 볼을 두 손가락으로 세게 움켜쥐고 사정없이 흔들면서 말했다. 

 

“야, 울어? 남자 새끼가 우냐고? 죽고 싶지 않으면, 그만 울어라.” 

 

살아남은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싸움 기술을 배웠다. 애들끼리 마주 서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학원 가듯 명식이 형의 클럽으로 가야 했다. 그것이 하루 일과였다. 

 

#

 

싸움을 가르치는 시간을 제외하면, 명식이 형은 친구처럼 다정했다. 

 

“우리 삼촌이 비디오 가게 하거든. 언제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구해다 줄게.”

 

명식이 형의 집에 놀러 가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수 십 개의 비디오테이프였다. 책상 위에 책 대신 비디오테이프가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제목은 다양했지만, 장르는 단순했다. 무술 영화 아니면 액션 영화였다. 

 

명식이 형의 집에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영화를 보다가 배가 고프면, 명식이 형이 끓여준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또 영화를 봤다. 

 

화면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 같으면, 바깥이 어두워졌다는 뜻이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삼삼오오 집으로 흩어졌다.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를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명식이 형의 클럽에 계속 남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낯선 남자가 찾아왔다.  

 

“여기 혹시 왕명식 씨 댁이 어딘가요?” 

 

마을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십자가를 보고, 교회다 싶었는지, 낯선 남자는 우리 집을 찾아와 길을 물었다.

 

아버지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사용해 명식이 형의 집을 알려줬다. 명식이 형은 집에 없었다. 나 역시 명식이 형을 따라다니느라 낯선 남자가 우리 집에 찾아와 아버지에게 길을 물었는지 알지 못했다. 

 

낯선 남자는 명식이 형의 집 앞에서 명식이 형을 한참 동안 기다렸다. 

 

동네 꼬마들을 거느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려던 명식이 형은, 멀리서 자기 집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했다. 당황한 티도 내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서서, 꼬마들에게 말했다. 

 

“야, 오늘은 뱀 잡으러 가자. 지금 산딸기 철이니까, 산딸기도 먹고 하면 되겠네. 뒤로 돌아!” 

 

저녁쯤해서,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오늘 읍내 비디오 가게 사장님이 우리 집에 와서, 명식이 집을 묻더라고. 명식이가 빌리고 안 갖다 준 비디오테이프가 수 십 개라네.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집까지 찾아온 거야. 연체료가 수 십만 원인데, 그놈이 그 돈을 어디서 구한다냐.” 

 

나는 명식이 형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명식이 형의 편을 들었다. 

 

“아니야, 아빠. 명식이 형이 그랬어. 삼촌이 비디오 가게를 한다고. 거기서 가지고 온 거야.” 

 

아버지는 으흠하고 팔짱을 끼시더니, 타이르듯 내게 말했다. 

 

“요즘 너, 명식이네 너무 자주 가는 것 같아. 거기서 무슨 일이 있어? 동네 애들도 그 집에서 살다시피 하던데. 아빠가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나는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명식이 형의 집에 놀러 가고 싶었다.  

 

“아니야. 명식이 형이 숙제도 도와주고 그래. 모르는 문제도 알려주고. 그러니까, 애들이 좋아서 가는 거지. 나도 그렇고.” 

 

아버지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알겠다”라고 짧게 말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명식이 형이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온 마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글을 모르는 명식이 형이, 동네 아이들의 숙제를 가르쳐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버지도 알았을 것이다. 

 

내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아버지는 놀라셨을 것이고, 그 이유가 궁금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나 몰래 명식이 형을 찾아가셨고, 명식이 형을 차에 태우고 직접 운전을 해서 비디오테이프를 가게에 돌려주었다.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밀린 연체료를 최대한 줄여서 명식이 형 대신 연체료를 해결해주었다. 

 

아버지는 그 모든 사실을 당시에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명식이 형이 마을을 떠나고 나서야, 어머니를 통해 전해 들은 것이다.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명식이 형을 따랐고, 명식이 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들을 거느렸다. 

 

적어도,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야, 우리 오늘 한댁 개울에 물고기 잡으러 가자. 형이 모래무지 잡아서, 기름에 바로 튀겨줄게. 라면도 사가서 같이 끓여먹자.”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개울을 따라 걷는데, 그 발걸음이 얼마나 신나던지, 태평양 너머의 디즈니랜드를 가는듯했다. 

 

“물속을 걸어 다닐 때, 조심해야 돼. 포클레인이 모래 퍼간다고 깊이 파놓은 곳이 있어. 발 잘 못 디뎌서 빠지면 큰일 난다. 내 눈앞에서만 놀아.”

 

아이들은 흥분한 상태였다. 앞뒤 안 가리고 물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물장구를 쳤다. 

 

명식이 형이 물속에서 그물을 들고, 앞으로 걸어나가면, 아이들은 명식이 형의 뒤를 졸졸 따랐다. 물고기가 놀라 도망치지 않도록 살살 걸으니, 그 장면이 마치 비밀작전 같았다. 

 

물고기가 꽤 많이 잡혔다. 명식이 형이 실력을 발휘했다. 버너 두 개를 준비해서, 한쪽에는 기름을 올리고, 다른 한쪽에는 물을 올렸다. 약속대로 물고기를 튀기고, 라면을 끓여줄 생각이었다. 

 

물고기를 산 채로 튀기는 것을 처음 봤다. 명식이 형은 손가락 길이만한 크기의 모래무지를 들어 올리더니, 순식 간에 내장을 발라냈다. 머리 부분을 잡고, 몸통을 걸쭉한 튀김 반죽에 담갔다 빼서, 바로 달궈진 기름 냄비에 넣었다. 젓가락으로 머리 부분을 잡고 있어서, 튀김옷을 입은 몸통 부분만 아삭하게 튀겨졌다. 

 

어찌나 고소하고 맛있던지, 둥지에서 어미 새를 기다리는 새끼 새 마냥,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줄을 서서 명식이 형이 모래무지를 입안에 떨궈주기만 기다렸다. 

 

옆 냄비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명식이 형은 파를 쏭쏭 썰어 넣고 라면을 맛있게 끓였다. 아이들은 각자 나무젓가락을 들고, 라면에 달려들었다. 

 

환상적인 경험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다다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길가를 지나가는 엔진 소리가 아니라, 이곳을 향해 긴박하게 다가오는 거친 소리였다. 

 

두 명의 남자 어른이었다. 둘 다 민소매티를 입었는데, 두 사람의 어깨에 비슷한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뒤에 타고 있던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어이, 명식이. 너 여기서 뭐 하냐? 동네 꼬마들 데려다가 또 대장 놀이하냐?”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아이들은 기대감에 설레었다. 드디어 명식이 형의 싸움 실력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시원하게 한 방 날려주기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명식이 형은 잔뜩 얼어붙은 채, 말까지 더듬었다. 

 

“아.. 니야. 그게… 아니라….”

 

남자는 껄렁껄렁 걸어와서 물고기를 담아놓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발로 차서 뒤집어엎었다. 

 

모래 위에 엎어진 바구니는 구토를 하듯, 물과 물고기를 쏟아냈다. 모래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순식 간에 물을 빨아들였다. 마른 모래로 범벅이 된 물고기들은 금방이라도 호흡이 끊어질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남자는 물고기를 찌익 밟고, 명식이 형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협박하듯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기서 이러고 노니까 좋냐? 너 어제 왜 술 먹다 그냥 갔어? 내가 분명히 말했지? 술값 내고 가라고.”

 

명식이 형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 

 

“그게 아니라, 매번 내가 돈을 내니까…. 나도 돈이 없어서….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애들이 보고 있으니까 그만하자. 부탁이야.” 

 

남자는 우리 쪽을 바라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더니, 명식이 형의 뺨을 후려쳤다. 

 

“그만하기는 뭘 그만해. 콱 그냥 죽여버릴까 보다. 야, 오토바이에서 가위 꺼내. 이 새끼 이거, 정신을 차리게 해줘야 돼.”  

 

오토바이에 걸 터 앉아,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가위를 꺼내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른 말 잘 들어야 돼.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된다, 알겠지?” 

 

우리는 얼어붙은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먼저 울음을 터뜨리면, 모두가 함께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두 남자는 명식이 형을 힘으로 짓눌렀다. 주먹으로 얼굴을 사정없이 내려치고, 꿇어 앉혔다. 

 

가위를 가져온 남자가 명식이 형의 뒤에서 팔로 목을 조였다. 가위를 받아든 남자는 명식이 형을 마주 보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뜯어내듯 닥치는 대로 잘라냈다. 

 

명식이 형의 얼굴이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였다. 그 순간 나는, 명식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분명히 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다. 잘린 머리카락 사이로 명식이 형이 애처롭게 울고 있는 모습을, 나는 분명히 보았다. 

 

“이 새끼 이거 꼴좋다. 다음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라. 다음에는 죽여버린다, 진짜.” 

 

남자는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짜증 난다는 듯이 손등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명식이 형은 무릎을 꿇고 엎어져서, 머리를 가리고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희미해져서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오토바이가 사라지고 나서도, 명식이 형은 웅크린 채 그대로였다. 

 

누구 하나 명식이 형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버너 위에 라면은 냄비에 꺼멓게 달라붙어서, 코끝을 찌르는 쓴 냄새를 풍겼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명식이 형에게 물었다.

 

“형, 괜찮아?”  

 

명식이 형은 움직이지 않았다. 웅크린 채로 목소리만 들렸다. 

 

“다… 꺼져. 지금부터 셋 셀 동안 안 꺼지면, 전부 죽여버린다. 하나. 둘….” 

 

모래사장에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아이들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고, 소리를 지르며 사방팔방 흩어졌다. 

 

나는 울음이 터졌다. 셋을 세고 나면, 명식이 형이 정말로 우리를 죽여버릴 것 같았다. 나는 두려움에 압도되었다. 

 

아이들 모두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엉엉 울면서 각자 살아보자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서 도망쳤다. 

 

그렇게, 명식이 형의 클럽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되었다. 

 

#

 

그날 이후로, 명식이 형을 마을에서 본 사람은 없었다. 명식이 형이 사라진 마을은 적막했다.  

 

상처는 깊었다. 아이들 모두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식사 자리에서 부모님이 명식이 형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가 열무김치를 집어 들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명식이가 사라졌다고 마을 사람들이 난리야. 이 녀석,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도통 소식을 모르겠네.” 

 

명식이가 마을을 떠난 것이 어른들 사이에서도 뉴스거리였다. 명식이 형은 마을에 남은 몇 안 되는 젊은 일꾼이었다. 

 

명식이 형은 하루 일당을 받으면, 두세 명의 장정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너끈히 해냈다. 농사일이 바빠질 무렵에, 명식이 형이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어른들에게 이만저만 아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게. 명식이 걔 정말 불쌍한 앤데. 명식이 어릴 때, 아빠는 사고로 죽고, 엄마는 신 내려서 무당 한다고 명식이 버리고 떠났잖아. 동네 사람들이 명식이를 자식처럼 키웠는데, 갑자기 사라지니까 자식을 잃은 것 같지.” 

 

갑자기 눈물이 났다. 밥을 먹다가 내가 우니까, 부모님이 놀랐다. 당황한 아버지가 아버지가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차분하게 말했다. 

 

“너도 명식이가 떠나서 허전하겠다.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녀석 다시 올 거니까.” 

 

나는 팔 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그 형 안 와. 절대로 안 올 거야. 동네 애들도 다 알아. 그래서, 못 온다고.” 

 

부모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밥이 가슴에 얹혀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가서, 골목길을 내달렸다. 명식이 형의 집 앞에 섰다. 

 

마당에서 주먹만 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명식이 형의 집 대문에 돌멩이를 세차게 내던졌다. 

 

빈 집이었다.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이 부서져라 흔들었다. 손과 발로 사정없이 문을 때렸다. 분하고 슬퍼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