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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공식적으로 아버지와 나는 결별했다. 일 년에 한두 번 불편한 감정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내 목소리와 시선은 어머니를 향했다. 아버지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내를 만나 연애를 시작할 때도, 아내에게 내 부모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부끄러웠을 것이다.

아내가 부모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를 무시할 것만 같았다.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떠나서, 현재의 나, 미래의 나에 집중하며 살았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과거와 연결된 느낌 자체가 싫었다.

부모님은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결혼하면 부모님 의지하지 말고, 우리끼리 열심히 살자.”

아내는 동의했다.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만남을 갖던 나는 부모님께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다. 아들자식 며느리를 결혼식장에서 처음 보여줄 수는 없었다.

아내를 부모님에게 데려간 것이지만, 어쩌면 나는 아내가 될 사람에게 부모님을 보여주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부모님이라도 이해해줄 수 있겠어?”

나는 직접 보여주고 아내에게 묻고 싶었다.

아내를 데려가기 한 달 전부터, 나는 긴장했다. 어머니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다. 약속한 당일 절대로 아버지가 술에 취해 계시면 안 된다고. 어머니는 몇 번이나 알겠다고 말하며 짜증을 냈다.

당일 오전에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만큼은 아버지가 절대로 술을 마신 채로 아내를 만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듯 알겠다고 말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아내를 부모님에게로 데려갔다. 집으로 데려갈 용기는 차마 없었다. 그야말로 누추했기 때문이다.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식당을 들어서자, 불길한 기운이 나를 덮쳤다.

어머니 홀로 식당에 앉아 우리를 맞이했다. 아내가 잠시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나는 어머니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아버지는요?”

“몰라, 계속 전화를 안 받아. 점심에 나가서 지금까지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아.”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내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서로 대화를 나눴다.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얘가 우리 며느리 될 애여? 이쁘네. 우리 뭐 볼 거 있겠어. 둘이 알아서 결정해. 우리 상관하지 말고….”

아버지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 자리를 지켰다.

아내는 태연했다. 부모님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걱정이었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버텨온  나는, 아내의 비난과 무시를 견딜 힘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긴장된 상태로 앞만 바라보며 운전을 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내는 부모님에 관해 묻지 않았다. 그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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