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신륵사, 내 나이 11살. 

신륵사 입구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차로 어수선했다. 

아버지와 내가 신륵사로 들어가려던 찰나, 자동차 한 대가 우리 옆을 지나갔고, 아버지와 나는 공중에 떴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자동차가 우리 옆을 지나면서, 바닥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던 전선을 타이어로 감은 것이다. 

타이어에 전선이 말려 들어가면서 팽팽하게 당겨졌고, 아버지와 나의 종아리를 강타했다. 

등부터 바닥에 떨어진 탓에,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억지로 숨을 쉬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가슴이 조여왔다. 

이대로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그때, 아버지가 내 손을 잡았다.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 역시 숨을 쉬지 못했다.

아버지는 당신의 고통 속에서도,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이내 호흡이 돌아왔고, 아버지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었다. 

자동차 운전자는 한 걸음에 달려 나와,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고, 아버지는 무뚝뚝한 말투로 “괜찮다”라고 말하며, 운전자를 돌려보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 흔한 “괜찮냐”라는 말조차도 나는 듣지 못했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다시 당신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셨다. 아버지는 나에 대한 걱정을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아버지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서, 아버지의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왔을 때, 나는 아버지의 진심을 보았다. 

당신보다 나를 걱정했던 아버지.

아버지의 눈빛은 내게 선명한 문장을 남겼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신다. 다만,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아버지는 여전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