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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아버지를 용서하셨나요? 

 

내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어떻게 답을 할까요? 

 

일단, 용서했다고 말할게요. 

 

아버지가 밉지 않아요. 아버지가 불쌍하고 사랑스러워요. 

 

아버지도 피해자예요. 

 

아버지가 사랑받으며 성장했다면, 아버지도 아들을 사랑할 줄 알았겠죠. 

 

아버지는 10 남매 중에 다섯 째였어요.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고요. 

 

어릴 적, 아버지가 폐결핵에 걸렸데요. 약도 쓸 수 없어, 방구석에 누워만 있었죠. 서러워서 많이 울었데요. 간신히 살아남았죠.

 

아버지도 혼자라고 생각했나 봐요.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어요. 

 

하지만, 세상이 만만치 않았죠. 아버지는 초등학교 밖에 못 나왔어요. 어릴 때 똑똑했는데, 학비가 없어서 공부를 할 수 없었죠.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한문을 척척 써서 천재인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때 배운 천자문을 잊지 않고 기억한 거예요. 

 

내 이름 유비의 “비”자는 천자문이 아니라, 만자문에 나온데요. 공무원이 내 이름 한문으로 찾느라 애먹었데요. 아버지는 한자가 재미있었는지, 혼자 공부를 한 거죠. 

 

할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자였어요. 할머니를 자주 때리셨어요. 아버지의 가족 모두 쉬쉬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마도 술에 취해 길에서 돌아가신 것 같아요. 

 

제일 큰형은 사업한다고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던 집을 몰래 팔아먹었죠. 아버지의 가족 모두 길가에 뿔뿔이 흩어졌어요.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면서, 전기 기술을 배웠어요. 전기 기술자가 외국인이었는데, 외국말로 연장 이름을 말하고, 잘못 가져오면 주먹이 날아오고 그랬데요. 

 

아버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네요. 전부 어머니에게 주워들은 이야기에요. 

 

아버지가 폐결핵에 걸려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는 내 아들에게 들었어요. 단둘이 있을 때,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줬데요. 

 

아들이 아버지에게 들은 말을 전해주는데, 기분 묘하데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할아버지가?”라고 물었으니까요. 

 

제가 감상에 젖어, 내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야죠. 

 

아버지를 용서했냐고요? 

 

질문하신 의도가 있겠죠.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어떻게 용서를 했는지 묻고 싶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를 논할 자격조차 없어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버지를 용서하겠어요. 

 

나 역시 상처 입은 사람이고, 아내와 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준 사람이에요. 

 

내가 티 없이 맑고 깨끗하면, 용서할 자격이 있겠죠. 나는 내게 새겨진 얼룩을 지우면서 살아야 해요. 

 

예수님이 정결케 해주셨는데, 하얀 바탕에 자꾸 때가 끼는 것 같아 괴롭거든요. 실제 얼룩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착시 현상이겠죠. 

 

어쨌든, 나는 아버지를 용서할 자격 없어요. 나도 아버지고, 아버지의 심장을 가졌으니까요. 

 

아버지가 술에서 깨면, 멍투성이가 된 아들을 보며 얼마나 슬펐을까요. 

 

나도 내 아들에게 화를 한 번 내고 나면, 죄책감에 시달려요. 견딜 수 없이 괴로워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요. 

 

아버지는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말 못 해요. 나는 아버지를 잘 알아요. 말 없는 아버지에게 벌써 수 백 번 사과를 받은 거예요. 

 

나는 세상 모든 아버지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아버지를 말하고 있어요. 주관적이죠. 

 

다른 사람에게 아버지를 용서하라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 없어요. 

 

나도 아버지가 미웠거든요. 아버지가 미웠을 때, 용서하라는 말을 들으면 불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마음 없어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에요. 

 

판자촌 달동네 출신, 이름 없는 목사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니까, 참고만 하세요. 

 

아버지가 아직 미우면, 조금 더 미워하세요. 아직 용서하고 싶지 않으면, 미리 용서하지 마세요. 

 

용서는 우리 손에 달린 게 아니에요. 하나님 손에 달렸어요. 그분의 스케줄에 맞춰, 사랑하고 용서하시면 돼요. 걱정도 마시고, 자책도 마세요. 

 

당신의 솔직한 감정, 솔직한 생각 예수님이 아세요. 예수님은  인내심이 남다르신 분이신 거 아시죠? 

 

예수님은 오래 참고 기다리세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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