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엘리 제사장 

 

내 자녀들은 저주를 받았습니다. 두 아들은 한 날 한 시에 함께 죽을 것입니다. 자녀가 죽을 날을 받아놓고,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예언은 이루어질 것이고, 우리 가문도 끝입니다. 

 

자녀를 의도적으로 망치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기다려주고 참아주면, 언젠가 깨달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괜찮아, 괜찮아. 잘 되겠지, 잘 크겠지. 언제까지 그러겠어….’ 그러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는 제사장입니다. 성전에서 평생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주님을 위해 일했습니다. 내 자녀를 돌볼 시간은 없었지만,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하면, 내 자녀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고 믿은 것이지요. 

 

착각이었습니다. 내 자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였습니다. 자녀들의 죄는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계명, 제사 절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지요. 자기들의 이득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물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 전에, 자기들이 먼저 가서 가장 좋은 부위를 취하고, 성전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협박해서 제물을 빼앗고, 성전에서 일하는 여자들과 몸을 뒤섞는 자식이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두려워, 두 아들을 불러다 놓고 말했습니다. 

 

“얘들아,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수 있지만, 하나님께 죄를 지으면 누가 구해 줄 수 있겠느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죄에서 돌아서서 회개하라고 말한 것이지요. 하지만, 자녀들은 눈을 부릅뜨고 대들었습니다. 

 

“아버지가 그런 말 자격이 있으세요? 저희가 빼돌린 음식을 맛있게 잡수실 때는 언제고,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리고, 아버지의 평판이 나빠지니까, 이제 와서 발을 빼시는 거예요? 이러시면 안되죠! 아버지와 우리는 한배를 탔어요. 이게 다 아버지를 위한 거라고요!” 

 

부끄러웠습니다. 나는 자식과 공범이었습니다. 나는 자녀들이 하나님도 잘 믿고, 세상에서도 남부럽지 않게 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자녀들은 하나님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탐욕에 눈이 팔려, 하나님과 사람을 속여서 부와 명예를 축척한 것입니다. 

 

나는 자녀들이 갖다 주는 더러운 음식을 따박따박 받아먹으면서, 호강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았는데, 나만 몰랐습니다. 모두 내 잘못입니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지만, 내 자녀에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혀 안 가르친 것은 아닙니다. 나를 비롯한 유대인 부모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철저히 가르칩니다. 명색이 제사장인데, 대충 했겠습니까? 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자녀들의 삶 깊숙한 곳에, 하나님을 심지 못했습니다. 내 자녀들은 하나님을 피상적으로 알았습니다. 

 

자녀들은 하나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종교적 관습에 익숙해진 것이었습니다.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성전을 왔다 갔다하며, 눈속임을 한 것이지요. 하나님을 믿은 척을 한 것이지, 실제로 믿은 게 아니었습니다.  

 

자녀들에게 진심을 담아 죄에서 돌이키라고 말해도, 자녀들은 내 자존심, 내 체면 때문에 자기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단정해버렸습니다. 그저 부모의 잔소리로 취급한 것이지요. 

 

아버지의 심정도 모르는 자녀가, 어떻게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을 알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마주 앉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피상적인 하나님이 아니라, 삶의 중심이 되시는 하나님을 전해야 했습니다. 

 

나는 몰랐습니다. 피멍이 들도록 가슴을 쳐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당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면, 나처럼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녀를 위해, 시간을 따로 떼어 내십시오. 아무리 바빠도 자녀와 일대일로 마주 앉아, 대화를 하십시오. 자녀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정답 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자녀는 자기 대신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부모가 아니라, 공감하고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필요합니다. 자녀의 마음속 빈자리에, 복음을 전하십시오.

 

자녀의 인생이 막힐 때, 자녀는 부모가 만난 하나님을 듣고 싶어 합니다.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당신이 만난 하나님을 전하십시오. 자녀의 마음속 빈자리에 복음이 전해질 것입니다. 

 

내 나이 98세입니다.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합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부디, 나처럼 못난 아비가 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