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 살 무렵, 어머니는 버스 매표소에서 일을 했다. 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작은 구멍으로 돈을 받고 차표를 내주는 일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동생을 챙겨 매표소에 갔다.

        좁은 공간 안에 셋이 앉아 하루를 보냈다. 무릎과 무릎이 서로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숙제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잤다. 막차가 떠나면, 어머니는 잠든 우리를 챙겨 집으로 왔다. 집이라고 해봐야, 매표소보다 조금 큰 공간이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다.

        지루했다. 매표소 밖을 나가서 서성이는데, 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오락실에 가던 중이었다. 친구를 따라갔다. 입구를 들어서자, 현란한 화면과 효과음으로 어지러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구경만 했다. 그저 신기했다. 친구가 동전을 넣고 오락을 했다. 게임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친구와 헤어지고, 매표소에 돌아왔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눈앞에 동전이 쌓여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동전이 필요했다. 엄마 몰래 동전을 훔치면, 오락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돈을 훔쳤다. 도둑질은 생각보다 쉬웠다. 처음에 나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에 든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오락실에 들어갔다. 동전을 넣고, 게임이 시작하려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1분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 처음이라 서툴렀다. 동전이 모자랐다.

        다음 날, 백 원짜리 동전을 한 움큼 들고 나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쉬지 않고 동전을 훔쳤다. 백 원짜리 동전은 오백 원짜리 동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훔친 돈으로 하루 종일 오락을 했다.

        내 주변에는 친구들이 득실거렸다. 나한테 구걸하듯 동전을 받아 갔다. 나는 생색을 내며, 말 잘 듣는 친구에게 동전을 하나 건네줬고, 동전을 받아든 친구들은 그저 좋아했다.

        조그만 놈이 양쪽 주머니가 동전으로 가득 찬 게 신기했는지, 덩치 큰형들이 다가왔다.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었다. 빨리 대답을 안 하자, 제일 큰형이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나는 눈물을 간신히 참고, 엄마 돈을 훔쳤다고 울먹거리듯 말했다. 형들은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했다. 나를 때린 형이 말했다.

        “야, 너 이제부터 매일 엄마 돈 훔쳐서 우리한테 가져와. 안 그러면 너네 엄마한테 가서 말해버린다.”

        나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울고불고 사정했다. 어머니가 알게 될까 무서웠다. 도둑질한 주제에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형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주머니에 강제로 손을 넣고 동전 하나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갔다.

        엄마 돈을 성실하게 훔쳐 형들에게 갖다 바쳤다. 형들은 내 주머니에서 동전을 실컷 가져다 썼다. 나는 형들 옆에 멍청하게 서 있었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동전 주머니였다. 게임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를 발로 찼다. 의자와 엉켜 넘어졌다.

        매표소에서 퇴근한 어머니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산을 한다. 덧셈과 뺄셈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계산해도 돈이 모자랐을 것이다. 어머니는 매일 밤,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했다. 나는 실눈을 뜨고 어머니를 지켜봤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어머니가 내게 다가와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우고 묻는 것이다.

        “유비야. 왜 그랬어? 정말 왜 그랬어.”

        ‘나는 왜 그랬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옥 같은 삶을 벗어나고 싶었다. 형들이 무서웠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돈을 훔치지 않기로 했다. 한 번은 달려들어 싸워야 했다. 그래야, 멈출 수 있다.

        빈 주머니로 오락실에 들어갔다. 형들은 평소처럼 나를 비웃듯 반겼다. 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동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형들의 안색이 변했다.

        “돈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형들에게 달려들었다. 얌전하게 굴던 내가 달려들자 당황했을 것이다. 형들은 힘으로 날 제압하려 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덤벼들었다. 형들도 지치고 나도 지쳤다. 형들은 내가 변한 것을 눈치챘는지, 마지막 카드를 쓰기로 했다. 어머니에게 일러바치기로 한 것이다.

        “야, 너 미쳤지? 너네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이제 넌 죽었어, 알아!”

        나는 다시 애원하기 시작했다. 무릎 꿇고 빌었다. 형들은 나를 밀쳐내고 어머니가 계신 매표소로 향했다. 나는 형들의 뒤를 따르며, 제발 부탁이라고 한 번 만 용서해달라고 엉엉 울었다. 걸음은 빨랐고, 매표소는 가까웠다.

        그들은 어머니를 마주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줌마, 있잖아요. 유비가 돈 훔친 거 아세요? 여기 매표소에서 돈 훔쳐서 오락하는 거 우리가 다 봤어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알려드리러 온 거예요.”

        당황스러워하는 어머니의 표정이 보였다. 어머니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정하게 말했다.

        “알려줘서 고마워. 하지만, 얘들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중요한 건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되는 거야.”

        형들은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아 민망했는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유비 혼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돈을 훔쳤잖아요.”

        어머니는 동요하지 않았다. 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을 훔치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유비가 실수한 것도 맞고. 하지만, 얘들아.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단다. 유비는 아줌마의 소중한 아들이야. 너희가 유비에 대해 뭐라고 말하든, 나는 유비를 사랑한단다. 너희 이야기보다 유비의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형들은 할 말을 잃었다. 고개를 떨구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울먹거리는 형들을 한 명씩 안아줬다. 형들은 내게 다가와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형들이 모두 사라지고,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았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따뜻하게 안아줄 뿐이었다. 나는 소리 없이 울었다.

        나를 믿어준 어머니가 감사했다. 나를 지켜준 어머니가 감사했다. 만약 그날 어머니가 형들의 편에 섰다면, 형들의 말에 놀라 흥분해서 나를 꾸짖고 때렸다면, 오늘의 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어머니의 선택이 얼마나 지혜로운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 덕분에, 나는 내 진심을 알아주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예수님은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언제나 나를 믿어주신다.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땅을 치며 살아온 인생을 후회해도 예수님은 언제나 따뜻하게 안아주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때도, 예수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다며,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예수님 품에 안겨 소리 없이 운다. 어머니 품에 안기듯, 나는 예수님 품에 안기는 게 좋다.

        나는 죄가 드러나면, 버림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해였다. 죄가 드러난 순간, 나는 진실을 보게 되었다.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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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을 돌볼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