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거라사의 광인 

 

당신도 나를 알지요? 성경에서 내가 꽤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당신이 알듯이, 나는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수많은 귀신들에게 시달리며, 나 자신을 학대했습니다. 온몸을 찢으며, 귀신이 떠나가기를 바랐지만, 귀신들은 나를 조롱하고 지배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치유됐습니다. 귀신이 완전히 떠나가고, 내 정신과 감정이 멀쩡해진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내 앞에 서 계신 예수님뿐이었지요.  

 

정신을 차린 나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언제라도 귀신들이 다시 찾아와 나를 지배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사정하듯 말했습니다. 

 

“예수님, 저도 예수님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섭습니다.” 

 

나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를 수 있게 해주신다면, 나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다니면서, 저 열두 사람처럼, 내 인생 전부를 바쳐 예수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거절하셨습니다. 저를 집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나를 미워하고, 거절하고, 조롱했던 마을 사람들에게로 돌아가라고 한 것이죠. 예수님은 하루도 머물지 않고, 곧바로 내 곁을 떠나버리셨습니다. 

 

예수님이 그리웠지만, 순종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집으로 돌아가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말했습니다. 

 

온 도시의 사람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를 비웃고 조롱할 여유조차 없었지요.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광야를 헤매던 미친 사람이었으니까요. 

 

혼자 있을 때, 나는 가끔 생각에 잠겼습니다. 

 

‘예수님은 왜 나를 거절하셨을까? 왜 나를 혼자 남겨두셨을까? 나는 아직도 무서운데….’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내 과거가 문제가 된 게 아닐까?’

 

나는 더 이상 귀신들린 사람이 아니지만, 얼굴과 몸의 흉터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내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겁니다. 여기저기 찢어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더군요.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야.’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내 자리를 묵묵히 지켰습니다. 

 

그렇게 2-3년이 흘렀을 때, 예루살렘에서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고요. 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엉엉 울었습니다. 

 

나는 당장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온갖 수소문 끝에, 예수님의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곧 다시 오실 거라며 기뻐했습니다. 

 

나는 제자들과 함께 머물면서, 마음속 깊은 고민을 꺼내놓았습니다. 

 

‘예수님은 왜 나를 거절하셨을까? 나의 과거 때문에? 내가 준비되지 않아서?’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쉴 때, 베드로라는 제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과 딱 3년을 함께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3년이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잠시 잠깐 우리 곁에 계시다가, 홀연히 떠나버리셨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떠나보내실 때, 당신에게 남기셨던 그 말씀을 우리에게도 똑같이 남기셨습니다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권능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그리고 땅 끝까지 가서 내 증인이 될 것이다.” 사도행전 1:8

 

우리에게 당신보다 거창한 말씀을 하신 게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집으로 돌려보내셨습니다.  당신이 살았던 도시로 보냄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령님은 우리에게 난 곳 방언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우리가 필요한 곳으로 사방팔방 흩어지게 하셨습니다.  

 

당신과 우리는 같은 사명을 받았습니다. 온 도시와 마을로 흩어져,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보다 당신을 먼저 파송하신 것이지요. 시기의 차이일 뿐, 조건의 차이는 아닙니다.   

 

참, 당신은 모르시지요? 당신을 만나러 가다가  우리가 모두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습니다. 우리 목숨을 담보로 어디를 가시나 했더니, 당신을 찾아가시더군요. 

 

당시에는 예수님의 깊은 뜻을 몰라, 화가 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말했지요. 

 

‘고작 이런 미친 사람 하나를 구하려고,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미안합니다. 너무 솔직했나요? 예수님은 당신 한 사람을 만나시려고, 그 먼 길을 가신 겁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아시겠지요? 당신의 얼굴의 난 흉터, 당신의 모든 과거, 예수님은 문제 삼지 않으십니다. 

 

자격을 갖춰서 부름을 받은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자격 미달입니다.” 

 

다른 제자들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짐승처럼 여기던 나였습니다. 내가 뭐라고 예수님이 그 멀리서 목숨을 걸고, 나를 찾아와 주신 걸까요?

 

나는 예수님을 오해했습니다. 내 과거, 내 흉터. 예수님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격 없는 나를, 예수님은 조건 없이 사랑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예수님을 그리워하는 것을 압니다. 당신이 깊은 절망 속에서 울고 있을 때, 예수님이 찾아와주셨지요? 당신도 나처럼 혼자 남겨지기 싫었지요? 

 

당신 마음, 나도 조금은 압니다. 혼자 남겨진 당신은, 예수님에게 거절당한 사람처럼, 외로우실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처럼 예수님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이 멀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감정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떠난 적이 없으십니다. 

 

나를 위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셨듯이, 예수님은 당신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셨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증거입니다. 

 

혼자라고 외롭다고 울지 마세요. 예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과 함께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