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었다. 지애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주말에 무슨 아침 식사냐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애는 기분이 나빴다. 한 주 내내 남편의 퇴근이 늦어, 한 번도 식탁에서 마주 앉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애는 거실에 앉아, TV를 켰다. 상한 감정을 잠시나마 달래볼 생각이었다. 한 시간 쯤 지나, 남편이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냉장고를 열고, 야채주스를 꺼내 마시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주말 아침 식사는 차리지 마. 당신도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해야지.” 

지애는 말이 없었다. 남편이 그녀의 감정을 확인하듯 물었다. 

“당신 화 났어?” 

지애는 TV를 끄고, 말없이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우리 대화 좀 할까?” 

남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지 못해 소파에 앉았다. 

지애가 물었다. 

“당신은 나한테 뭐 하고 싶은 말 없어?” 

남편이 말했다. 

“무슨 말?” 

“당신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 아니야?” 

“없어, 빨리 본론이나 말해.” 

지애는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싶었다. 남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시작부터 마음을 닫은 듯 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반박했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녀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게 나은 듯 했다.  

아내는 남편의 방어적인 태도가 불만일 것이다.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 반박하는 남편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 남편은 대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까? 

부부는 말 너머로, 서로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대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신호를 먼저 보내고 감지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아내의 불편한 감정을 남편은 미리 감지했다.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아내는 불쑥 남편에게 대화를 요청한다. 

“우리 대화 좀 할까?” 

아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문장 그 자체이다. 남편과 정말로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아내의 의도와 크게 다르다. 

“우리 대화 좀 할까?”라는 아내의 말이, 남편에게 어떻게 들릴까? 아내가 황당하겠지만, 남편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보겠다. 

“야, 너 이리 좀 와서 앉아봐. 지금 나한테 뭐 잘 못했어?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 자존심 상하지만, 이제부터 말해줄 테니까, 똑똑히 잘 들어.”

남편은 아내와 대화하기 위해 소파에 앉는 것이 아니다. 남편은 마치 교무실에 끌려가는 학생과 같은 심정으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다. 

교무실에 끌려간 아이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잘못 판단하고, 오해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화의 시작부터 자기방어다. 아내에게 혼날 정도로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 남편의 결론이다. 

아내는 남편의 태도에 감정이 상한다. 처음 의도와 달리 목소리가 커지고, 표현도 거칠어진다. 남편도 질세라, 논리적으로 사사건건 반박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그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나요? 대화를 하고 싶어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데….” 

문장 표현 자체를 바로잡을 필요는 없다. 문장 너머의 신호가 문제다. 주파수를 잘 맞춰야 오해가 없다. 대화를 하고 싶다면, 대화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라. 신호는 정직하다. 진심 그대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아내가 남편과 대화하고 싶다면,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라.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그 자체로 공격 신호가 전해진다. 아내가 공격 신호를 보내면, 말로 대화하자고 말해도, 남편은 이미 전투태세를 갖춘다.  

그렇다면, 남편의 잘못은 없는가? 아니다. 남편 역시 자기 방식으로 아내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주말 아침 식사는 차리지 마. 당신도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해야지.” 

남편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아내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편은 전혀 의도한 바 없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오해한다. 아내의 정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부탁한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면, 돌려 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하라. 굳이 돌려 말해,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품고, 가서 아내를 안아줘라. 그보다 강력한 신호는 없다. 

아내도 피곤한데, 왜 아침 식사를 차렸겠는가. 남편과의 한 끼 식사가 아내에게 왜 소중한가. 남편의 수고를 인정하고, 수고한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서다. 

남편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충 전해도 저절로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 마라. 어떻게 오해 없이 진심을 전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라. 

회사에서도 그러지 않는가. 제품을 잘 만들고 끝이 아니다. 잘 만들었으면, 잘 팔아야 한다. 팔리지 않는 명품은 명품이 아니다. 고객이 손으로 제품을 만져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진심을 전하라. 그래야, 아내가 웃는다. 

부부가 서로 대화하기 어렵거든, 신호를 점검하자. 대화보다 신호다. 신호의 발생지는 진심이다. 올바른 신호는 올바른 진심에서 나온다. 진심을 담아, 말하라. 그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