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은아가 뭐라고 한 거야?” 

미주가 남편에게 물었다. 

“뭘 뭐래? 검정고시 일주일 남아서 긴장되니까, 은아가 기도해달라고 했어.” 

미주의 표정이 좋지 않자, 주혁이 미주에게 되물었다. 

“왜? 기분 나빴어?”

“기분 나쁠 게 뭐가 있어. 목사가 기도해주는 거 당연하지.” 

“근데, 분위기가 왜 이래? 말하고 표정 하고 다르잖아.” 

“내가 부탁 하나 할까?”

“뭔데?” 

“기도는 보이는 데서 해도 되는 거잖아. 굳이 그 좁은 방에 기어들어갈 필요는 없어.”

“기어 들어가?”

“둘이 문 닫고 방에 들어가는 게 불편하다는 말이야.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아니, 은아가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하는데, 어떡해?” 

“몰라, 나는 기분 나빠. 은아가 당신을 쳐다보는 눈빛도 그렇고, 당신 눈빛도 마찬가지고.” 

“살다 살다 참 별말을 다 듣네. 당신 이러는 거 유치하지 않아? 그냥 고등부 학생이야.” 

“나도 알아. 그러니까, 신경 쓰이게 하지 말라고.” 

“당신이 신경 쓰지 마.” 

“나 지금 말장난하는 거 아니야. 걔가 하고 다니는 것 좀 봐. 나보다 성숙해.” 

“그만하자. 나 이러다 폭발하겠어. 사람을 뭘로 보고.” 

“내 말은 듣기 싫고, 은아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오나 봐?”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 

주혁은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쿵 하고 문을 닫는 소리가 미주의 고막을 후려쳤다. 

미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에 놓인 그릇을 싱크대에 옮겨 담았다.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이 고스란히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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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가 너무 민감한가?’ 그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은아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어요. ‘내 판단이 옳았구나’ 확신을 가진 건 한참 뒤였어요.”

미주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 오늘 늦게 들어가.” 전화기 너머로 주혁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왜 무슨 일 있어?” 미주가 물었다. 

“오늘 수련회 답사야. 주말이라 고속도로 많이 막힐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 

주혁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미주는 불안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주는 주혁의 서재실로 성큼성큼 들어가, 지난주 고등부 주보를 살폈다. 수련회 일정과 장소가 적혀 있었다. 

미주는 소파에 걸 터 앉아 손톱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니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게 차라리 나아.’ 서로 다른 생각들이 미주를 덮쳤다. 미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직접 가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두어 시간 만에 수련회 장소에 도착했다. 경비실에 들러, 주혁의 자동차 종류와 색상을 설명했다. 경비는 그런 차가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에 미주는 안심했다.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의자 시트를 눕혔다. 멀리서 남편이 오는 것을 살펴볼 작정이었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미주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주차장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미주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잘 도착했어?” 

곧바로 주혁에게 답장이 왔다. 

“지금 다시 올라가는 길이야. 길이 너무 막혀서 새벽쯤에 도착할 것 같아.” 

주혁의 문자를 받고, 미주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 경비실을 향해 뛰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경비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검은색 카니발 차량 들어온 적 있나요?” 

경비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니, 아직도 여기 계신 거예요?” 

“네, 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요. 검은색 카니발 차량 들어온 적 없다는 거죠?” 

“없었다니까요. 오늘 차가 딱 세 대만 들어왔는데, 여기 공사하는 차량이에요.”

“알겠어요.”

미주는 다시 주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장난해?”

주혁이 답장을 했다. 

“뭐가?”

미주는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시동을 걸고,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미주에게 답장이 없자, 주혁은 전화를 걸었다. 

“당신 왜 그래?”

“지금 어디야?” 

“말했잖아. 수련회 답사 다녀오는 길이라고. 길도 막혀서 짜증 나는데, 왜 자꾸 그래?” 

미주는 참을 수 없었다. 

“길이 막히기는 뭘 막혀? 지금 시속 160이야. 너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어?” 

주혁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나 지금 미행한 거야?”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이나 해. 너 지금 은아랑 같이 있지?” 

“아, 난 또 뭐라고. 또 그 소리야?” 

“묻는 말에만 대답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짜 미쳤나 봐. 전화 끊어!”

주혁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미주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목사님, 저 은아인데요.” 

주혁의 전화기 너머로 은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은아야. 웬일이야?” 

“목사님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되세요?”